이번 포스팅에서는 스카치 위스키를 어떻게 만드는지 스카치 위스키 제조 과정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위스키 제조과정은 맥아 제조 → 당화 → 발효→ 증류 → 숙성 → 병입 이렇게 6개의 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맥아 제조 과정부터 병입 과정까지 순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위스키 제조 첫 단계 : 맥아 제조 / 몰팅(Malting)
맥아 제조는 다른 말로 몰팅(Malting)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몰팅이 완료된 보리를 맥아라 부릅니다. 보리 안에는 보리가 싹을 틔울 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전분이 들어있습니다.
몰팅 다음 과정인 당화 과정에서 보리 안에 있는 전분을 이용하여 당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몰팅을 거치지 않으면 보리에 있는 전분이 세포막에 둘러 쌓여 있어서 전분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몰팅을 통해 전분을 감싸고 있는 세포막을 깨는 것입니다.
그럼 몰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우선 보리를 공기와 접촉시키면서 물에 담그는 작업을 3번 정도 반복합니다. 그럼 보리 내부의 수분 함량이 12%에서 약 46%까지 증가합니다. 보리가 발아를 빠르게 잘할 수 있도록 약 46% 정도 수분이 되도록 작업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다음 보리를 싹을 틔우는 발아 작업에 들어갑니다. 보리가 발아하면 어린 뿌리나 싹이 돋아나고 보리의 단백질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이 깨집니다. 세포막이 깨지면 보리 안에 있는 효소가 단백질과 반응해서 약 5일 정도면 단백질이 전분으로 바뀝니다.
보리의 발아가 완료되면 보리의 성장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보리가 계속 성장한다면 당분으로 만들어야 할 전분이 모두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보리의 성장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맥아 내부의 수분 함량을 약 4.5%로 낮추는 건조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열풍이 너무 뜨거우면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섭씨 55도 이하의 열풍이 되도록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 건조과정을 위해 피트(peat)나 석탄, 뜨거운 바람 등 다양한 것을 이용할 수 있고 몰팅하는 곳마다 자신들에 맞는 건조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화(Mashing) 과정
당화 과정은 맥아에 있는 전분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과정입니다. 맥아를 제분기로 깔끔하게 갈면 보리 껍질 20%, 굵은 입자 70%, 고운 입자 10% 정도 비율을 가진 가루가 됩니다. 이 가루를 그리스트(Grist)라고 불러요.
그리스트와 다양한 효소를 당화조(당화를 진행하는 큰 수조)에 넣고 당화 과정을 진행합니다. 당화 과정은 맥아에서 당분의 추출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총 3차례의 급수과정을 거칩니다. 급수 과정을 3차례를 거치는 이유는 당화 과정에 다양한 효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 효소들이 활성화되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급수는 63~68도의 물을 사용하고 두 번째는 약 78도의 물을 사용하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약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맥아의 전분이 당분으로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당분이 되어 달콤해진 액체를 워트(Wort)라 부릅니다. 생성된 워트는 모아서 발효조(발효를 진행하는 큰 수조)로 보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게 하나 나오는데, 생산된 워트액으로 나중에 증류 후 얻을 알코올을 양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 소비세 징수관이 제조사와 협의를 해서 생산량을 미리 정한다고 하네요.
발효(Fermentation) 과정
발효는 시베리아 잎갈나무나 소나무와 같이 나무로 만든 발효조를 사용하는 곳도 있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발효조를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건 증류소에서 자기네 위스키 특성에 맞게 선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무 발효조를 사용하는 증류소는 나무에서 발효액의 향미를 더해주는 박테리아가 기생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발효 과정은 아주 복잡하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워트(당분)와 효모를 섞어서 약 5~8%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는 발효액을 만드는 과정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나온 발효액은 전문용어로 워시(Wash)라 부릅니다. 워시는 우리가 즐겨마시는 맥주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발효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살펴보면 워트(당분)가 효모를 만나서 원하는 알코올 도수가 되는 데까지는 약 48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더 복합적인 풍미를 위해서 48시간을 넘겨서 발효시키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발효시간을 너무 길게 가져가서 60시간을 넘기게 되면 식초가 되기 시작해서 조심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여담으로 일반적으로 맥아 1톤을 사용하여 당화/발효 과정을 거쳐서 만들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약 4,051리터라고 하니 엄청 많죠?
증류(Distillation) 과정
증류 과정은 위스키의 특징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증류기의 형상, 증류하는 세부 방법들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위스키 증류 원리 : 초류액, 중류액, 후류액, middle cut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두 번의 증류를 통해 얻어집니다. 어떤 증류소는 세 번의 증류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증류소에서는 두 번의 증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1차 증류에서는 발효 과정에서 나온 알코올 도수 5~8도 정도 되는 발효액을 증류기에 넣고 증류를 합니다. 증류기의 온도를 올리다 보면 약 78℃가 도달할 때부터 본격적인 증류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1차 증류를 거친 후에 나온 액체의 도수는 17~25도가 됩니다. 아직 위스키로 사용하기엔 너무 도수가 낮죠. 이 액체를 모아서 2차 증류를 실시합니다.
2차 증류가 위스키 증류소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랍니다. 2차 증류에서 나오는 모든 액체를 위스키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차 증류를 시작할 때 나오는 초류액(Fore Shots)와 2차 증류가 끝날 때쯤 나오는 후류액(After Shots)에는 증류소에서 원하지 않는 성분들이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에, 증류소에서는 2차 증류할 때 나오는 증류액의 중간 부분(Middle Cut)만 사용합니다. 이 중간 부분의 알코올 도수는 약 70~75도 정도 됩니다.
증류소에서는 이 Middle cut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각 증류소마다 어느 시점에 Cut을 해서 후류액으로 취급할지는 내부적으로 정해서 관리합니다. 초류액과 후류액을 좀 더 살펴보면 초류액은 알코올이 끓기전에 나온 휘발성성분들이 많이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 휘발성향을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겠죠?
그래서 그부분을 사용하지 않는것이고 후류액에는 알코올이 절반도 함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순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후류액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초류액과 후류액을 버리는 것은 아니고 잘 모아놨다가 1차 증류가 끝난 액체와 섞어서 다시 2차 증류를 하는 식으로 재활용을 합니다. 최종적으로 증류기에 남은 액체의 알코올 도수가 0.1이 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증류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위스키 증류기, 응축기 종류 및 형상 : 위스키 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여기까지가 증류를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었고, 증류기의 형상과 증류기에서 나온 알코올을 냉각시키는 방법이 위스키의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려 합니다.
증류기의 형상과 알코올 증기를 냉각시켜서 응축시키는 응축기는 위스키의 맛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증류소마다 가지고 있는 증류기, 응축기가 다 다릅니다.
증류기는 구리로 만들어지는데 발효액을 증류하는 과정에서 구리와 발효액에서 나온 증기가 반응을 합니다. 구리와 반응하는 성분은 황성분이기 때문에 증류하는 과정에서 구리와 반응을 많이 시키면 시킬수록 황 성분을 줄어들게 할 수 있습니다.
구리와 덜 접촉해서 황 성분이 많으면 고기 향, 채소향, 유황 냄새가 강하고 바디감이 무거운 위스키가 생산되고 구리와 많이 접촉해서 황성분이 적을수록 과일향이 나고 바디감이 가벼운 위스키가 만들어집니다.
위스키의 어떤 향을 추구하는지는 증류소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류소에서 무겁고 바디감 있는 위스키를 추구하면 구리와 덜 접촉하는 방식으로 증류를 하고 과일향이나 풀향 그리고 바디감이 가벼운 위스키를 추구하면 구리와 최대한 많이 접촉하도록 증류를 하게 됩니다.
증류할 때 나오는 증기와 증류액이 최대한 구리에 많이 닿게 하려면 사진에 보이는 증류기의 목 부분을 길게 만들 수도 있고 더 둥글게 만드는 방법을 이용할 수도 있겠죠?
응축기에는 전통적으로 써왔던 나선형 응축기와 현대식 응축기인 튜브 방식의 응축기가 있는데, 현대식 응축기가 나선형 방식보다 증류액을 구리와 더 접촉을 많이 시킵니다.
또 나선형 방식은 증류기에서 나온 증기를 냉각시키는데 현대식 응축기보다 물을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을 많이 사용하면 아무래도 원가가 올라가겠죠?
위스키의 맛 관점에서 보면 현대식 응축기를 사용하면 좀 더 가볍고 과일향이 나는 위스키를 만들기 쉬운 경향이 있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증류기의 모양과 후류액을 어디서 Cut 하느냐에 따라서도 맛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위스키 숙성 과정(Maturation)
숙성은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과 같다
– 제임스 스완
증류기에서 나온 증류액의 알코올 도수는 약 70도 정도 됩니다. 이것을 오크통에 넣고 최소 3년 이상을 숙성시켜야 위스키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스코틀랜드 법으로 규정이 되어있습니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알코올 도수도 변화하는데 최종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어야 스카치 위스키가 될 수 있습니다.
증류액이 오크통 안에 들어가면 오크통 안에서 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맛이 변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오크통이 나무로 만들어져있다 보니 나무와 증류액이 만나서 서로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고 나무가 가지고 있던 향이 증류액에 점점 스며들게 되는 것이지요.
숙성 초기(3년 이내)에는 위스키에서 미성숙된 풍미가 오크통과 반응하며 점차 사라지는 단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미성숙된 풍미가 사라지는 것과 반대로 증류소의 특징 및 스타일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숙성을 시켜도 증류소의 특징 및 스타일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오크통의 특성이 강하게 남게 되어 증류소에서는 어떤 오크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숙성하는 기간을 보통 정해놓고 숙성을 시킵니다.
스카치위스키는 보통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이상까지도 숙성시킵니다. 숙성 연수가 오래되면 오래 될수록 관리기간이 길어져서 위스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이해하실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원가 상승 요인이 더 있답니다. 바로 1년에 약 2%의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자연 증발한다는 것이죠. 10년이면 오크통에 들어있는 위스키의 약 20%가 증발하고 30년이면 거의 절반이 증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숙성이 오래된 위스키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위스키의 양이 주는 현상은 전문용어로 ‘천사의 몫 (The Angel’s Share)’라고 부릅니다. 천사가 가져갔다니 참 시적인 표현 같습니다.
위스키 제조 마지막 과정 : 병입(Bottling), CS 위스키, Non chill filltered
위스키 제조 마지막 과정은 바로 병입 과정입니다. 병입 과정이란 숙성된 위스키를 오크통에서 꺼내서 빈 병에 채우는 작업을 말합니다.
이 과정은 크게 두 개로 분류가 된답니다. 하나는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를 별도의 희석 과정이나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빈 병을 채운 형식인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위스키가 있고 다른 하나는 희석 과정과 여과 과정을 거친 위스키가 있습니다.
숙성과정을 마친 위스키 원액의 알코올 도수는 약 65도가 되기 때문에 원액 그대로 일반인이 마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위스키는 물로 희석을 시켜서 일반인이 마시기 좋게 알코올 도수를 40도 ~ 45도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희석 과정이라고 해요. 이때 사용하는 위스키를 제조하거나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위스키의 맛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물의 맛을 완전히 없앤 탈이온화수를 사용합니다.
위스키에 얼음을 넣고 즐길 때 위스키가 운무가 낀 것처럼 뿌예지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은 위스키에 남아있는 지방성 에스테르 물질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숙성 후 위스키에 남아있는 지방성 에스테르 물질을 제거해 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냉각 여과(Chill Filtering) 과정이라 부릅니다.
냉각여과는 두 개의 셀룰로오스 판막을 겹쳐놓고 거기에 위스키를 흘려보내면 지방성 에스테르는 셀룰로오스 판막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셀룰로오스 판막 위에 남고 나머지 위스키 원액은 그대로 통과하여 지나가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이 방법이 단점은 위스키의 맛을 내는 인자 중에 지방성 방향성분도 포함되어 있는 데 이것들도 함께 제거되어 위스키의 향이 약해지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포스팅에서 다루겠지만 위스키 라벨을 보게 되면 Non Chill Filtered라고 적힌 위스키들이 있는데 이건 이 냉각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위스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위스키를 드신다면 위스키를 차갑게 했을 때 뿌예지겠다 정도는 알고 드셔야겠죠?
여기까지 위스키 제조 과정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봤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