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음, 향과 맛을 제대로 음미하는 법 : 글랜캐런 글라스 테이스팅

저번 포스팅에서는 얼음, 물 등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바랍니다.

링크 : 첨가물을 넣어 위스키 마시는 법

이번 포스팅에서는 글랜캐런 글라스를 사용하여 위스키의 향과 맛을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위스키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낀다는 것은 즉, 테이스팅, 시음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위스키 시음 시 글랜캐런 글라스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글랜캐런 잔의 튤립 모양이 위스키에서 나오는 향을 잔 안에 잘 모아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글렌캐런 잔으로 위스키를 마실 때가 위스키 텀블러로 마실 때보다 더 향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위스키를 마실 때 테이스팅, 시음하는 순서

위스키를 한 종류만 마시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를 마실 거라면, 시음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참치를 먹을 때나 고기를 먹을 때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음식을 먹을 때 담백한 부위부터 먹기 시작해서 기름진 부위로 먹는 이유가 기름진 부위를 먹고 나면 담백한 맛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 카페에 가서도 핫초코와 딸기 라테를 같이 주문하여 먹는다고 생각할 때 핫초코를 먼저 먹고 딸기 라테를 먹게 되면 딸기 라테의 단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위스키도 음식과 같은 원리로 생각하시면
1. 피트(Peat) 향이 약한 쪽부터 시작해서 강한 쪽으로
2. 바디(Body) 감이 가벼운 쪽부터 시작해서 강한 쪽으로
3. 숙성 연수가 짧은 쪽부터 시작해서 오래된 쪽으로
마셔야 첫 번째 위스키를 마시고 다음 위스키를 마실 때 아무것도 못 느끼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피트, 바디라는 용어가 생소하시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바랍니다.
링크 : 위스키 기본 용어, 피트, 바디



위스키 테이스팅 방법 : 향과 맛을 제대로 느껴보자!

위스키 테이스팅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눈으로 먼저 즐겨보자!

1. 위스키를 글렌캐런 잔에 1 oz(약 30ml) 정도 따릅니다.

2. 글렌캐런 잔을 기울여서 위스키의 색을 감상해요. 위스키의 색이 진한 갈색일수록 오크통에서 숙성이 오래된 위스키일 확률이 높으나 요즘은 색소도 많이 써서 꼭 그렇지는 않답니다. 색을 감상하는 이유는 큰 이유는 없고 위스키를 마시기 전에 이 위스키의 색은 이 정도 색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위스키를 놓고 색을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3. 글랜캐런 글라스를 천천히 돌리면 위스키가 잔 벽면에 묻으며 흘러내리는데 이걸 ‘천사의 눈물’이라고 부릅니다. 눈물의 농도와 눈물 간 간격을 통해 숙성 연수 등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두껍고 느리게 내려올수록 진하고 숙성이 오래된 위스키입니다. 이것 또한 테이스팅의 재미입니다.

위스키 시음 : 잔을 들어서 위스키의 색과 천사의 눈물을 감상
위스키 시음 : 잔을 들어서 위스키의 색과 천사의 눈물을 감상

첫 향의 중요성 : 눈으로 즐긴 다음에는 향을 즐겨야~!

4. 글렌캐런 잔을 들고 코에서 약 10cm 정도 거리에서 잠시 멈춰줍니다. 그 상태에서 위스키의 첫 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위스키의 첫 향은 한 번 밖에 느낄 수 없는 향이니 잘 음미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휘발성이 강한 꽃향과 과일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5. 첫 향을 잘 음미하셨으면 잔 안쪽으로 코를 가져가서 향을 맡아보세요. 이때 나무향, 향신료, 미네랑, 맥아 향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과 피니시를 느껴보자

6. 향을 잘 음미한 뒤에는 위스키를 조금만 입안에 1-2초 머금고 삼키시면 됩니다. 위스키를 삼키면 입안에 남아있는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을 피니시라고 합니다. 이 피니시가 짧은 위스키도 있고 긴 위스키도 있는데 이것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피니시가 없는 위스키는 재미가 없다고 느껴서 피니시가 적당히 오래가는 위스키를 선호합니다.

위스키를 마실 때 한 번에 어느 정도씩 마셔야 할까요? 보통 위스키 한잔은 1 oz를 의미하고, 1 oz는 30 ml입니다. 소주 한잔이 50 ml 정도니 위스키 한잔의 양이 엄청 적죠? 이 한잔으로 보통 20분 ~ 30분 정도 마시면 적당하게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주 마실 때 생각하시면 이게 뭐지 싶으시겠지만 위스키의 세계로 오셔서 위스키의 향과 맛을 음미하다 보면 20분이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위스키 향 한번 맡고 조금 마시고 위스키 향 한번 맡고 조금 마시고를 반복하는 것이죠.

테이스팅의 하이라이트는 잔향!

7. 위스키는 위스키를 다 마셨다고 테이스팅이 끝난 게 아닙니다. 위스키의 잔향이라고 해서 글렌캐런 잔에 남아있는 위스키 본연의 향을 맡아야 테이스팅이 끝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를 다 마신 다음 2분~3분 정도 기다리면 알코올은 다 날아가고 알코올이 없는 정말 위스키 본연의 향만 딱 남거든요! 그 향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7단계까지 오면 위스키 테이스팅은 끝이 납니다. 글로 적어서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딱 한 번만 테이스팅 해 보신다면 바로 몸으로 체득이 가능합니다.

부부가 함께해도 좋은 취미, 위스키 시음

전 주로 집에서 와이프와 주말에 한두 잔씩 같이 마시면서 서로의 위스키 테이스팅 감상을 얘기하는데, 서로 다른 점도 많고 내가 못 느끼는 것을 상대방이 느낀다는 게 더 재밌는 점으로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어떻게든 상대방이 느꼈던 향이나 맛을 느껴보겠다고… 재밌겠죠~?

저희 부부의 술 장
저희 부부의 술 장

위스키는 보통 도수가 40도가 넘어서 그렇게 도수 높은 건 술쟁이들이나 마시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글을 통해서 위스키가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하나의 와인처럼 예술작품으로써 서로의 감상도 나누고 위스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술이라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위스키 두 잔 마셔봐야 소주 1잔 정도밖에 안된다는…

그럼 이것으로 위스키 맛과 향 제대로 느끼게 마시는 법에 대한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위스키를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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